참 늦게 올리는 회고다. 원래 2주마다 회고를 쓸 계획이었지만 미루고 미루다 2달치 회고를 한 번에 하게 됐다.
사실 이것도 레벨로그 쓰기 싫어서 시작했다.
1차 데모 - 달록의 팀 문화
첫 만남은 저번 일기에 적혀 있으니 생략한다. 1주 차 때 우리 팀은 팀 문화를 만드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코드 컨벤션부터 스프린트 방식, 깃헙 사용 방식 등 정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팀 문화, 팀 규칙을 정하는 데에만 최소 3일은 통째로 쓴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달록의 팀 규칙 & 문화는.. 너무 많으니 1차 데모데이 영상을 참고하길.
그 중에 특별하거나 만족도가 높았던 문화 몇 가지만 짚어보자.
1. 달록 기술 블로그
처음 매트가 팀 기술 블로그를 제안했을 때 나는 걱정이 앞섰다. 이미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을 얘기하니 매트는 그런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고, 공부한 내용을 가볍게 정리해서 올리면 되는 거라고 얘기해줬다. 또 기술 블로그를 쓰면 취업에 도움도 되니까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고^-^. 이런 말들에 용기를 내서 그래 한 번 해보자! 했는데 정말 하길 잘한 것 같다.
우리가 고민하고 공부하고 적용한 기술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서로 공부한 내용을 공유할 수도 있고 남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특히나 세팅을 다시 해야 할 때도 유용했다. 기술 블로그 글 내용에 제약을 두지 않았던 것(우리 플젝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어떤 글이라도 좋다!)도 참 잘한 결정이었다. 아마 제약이 있었다면 부담감에 참여도가 확 떨어졌을 것 같다. 기술 블로그를 이끌어준 매트와 후디에게 무한한 감사를!
2. 달록 밥 문화 (빠밥 & 같이밥 & 도시락)
우리 팀원들은 보통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아 배가 빨리 고팠다. 그리고 12시는 세상 사람들이 다 밥 먹는 시간이라 어딜 가든 붐볐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11시에 점심을 먹었다. 11시에 점심을 먹으니 굶주리며 점심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고 엘베나 전자렌지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백암 순대도 삽가능했다. good.
또 우리는 운이 좋게 밥 스타일도 잘 맞아서 다들 도시락을 싸오거나 챙겨와서 캠퍼스에서 밥을 같이 먹었다. 매일매일 한 데 모여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으니 자연스럽게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엔 돈 아끼고, 가끔 외식하는 날엔 다들 신나서 메뉴 고르기도 하고. 그냥 여러모로 다 좋았다.
3. 달록 스프린트
우리는 스프린트를 2주가 아니라 1주일 단위로 진행했다. 월요일에는 일주일간 진행할 태스크를 산정하고 플래닝 포커를 통해 태스크의 양을 예측하고 분배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KPT 회고와 감정 회고를 진행했다. 데모데이가 없는 날에는 달록만의 미니 세미나를 통해 각자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확실히 2주가 아니라 1주 단위로 스프린트를 진행하니 태스크를 더 자세히 정하고 분배할 수 있었다. 대신 회의가 조금 잦아진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장점이 더 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회식. 어떻게 6명이 전부 소주파인지 신기하다. 다들 소주를 너무 좋아해서 회식 한 번 했다 하면 술을 왕창 들이부었다. 회식할 때마다 더 단단해지는 달록. 팀프로젝트에서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런 친목을 위한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회식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프로젝트 과정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고 개발할 힘을 채워줬다.
이렇게 6명의 생각들을 조금씩 모아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달록의 문화를 정립하는 데 초반에 많은 힘을 쏟았던 것에 다들 너무 만족했다. 달록만의 문화를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또 행복한 팀플이 될 수 있었다! 세 가지 외에도 매 회의마다 사진 찍기, 꼼꼼한 기록들, 디스코스 사용, 10시 30분 출근 등 만족스러웠던 문화들이 많지만 이대로 가다간 달록 문화 자랑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이까지만 하겠다.
2차 데모 - 찐한 협업이란?
2차 데모부터는 본격적으로 태스크를 개별로 나눠서 개발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페어를 깨고 개인 별로 태스크를 가져가는 게 좀 아쉬웠다. 이 때 진짜 협업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같이 코드를 짜면 협업일까? 같이 설계하면 협업일까? 서로의 코드를 이해하면 협업일까? 회고 때도 내가 이 얘기를 꺼내서 협업에 대한 얘기를 팀원들과 많이 나눴다.
긴 대화를 나눴지만 이런 것이 찐한 협업이다! 라고 결론짓지 못했고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꼭 페어를 하자, 하지 말자라고 정하기보다는 스프린트 때마다 필요에 따라 페어를 진행하기로 했다. 태스크가 크거나 새롭게 적용하는 기술이 있는 경우에 주로 페어를 했던 것 같다.
이런 고민들을 깔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협업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3차 데모 - 달록 서비스의 방향
3차 데모쯤 가니 진짜 기본이 되는 기능들은 대충 틀이 잡혔다. 이제 부가적인 기능들을 넣었어야 했는데 이때 6명이 생각하는 달록 서비스의 방향이 전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던 시선들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할 필요성을 모두가 느꼈다.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각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들을 포스트잇에 전부 적었다.
그리고 그 기능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게 진짜 필요한 기능인지 다 함께 고민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서비스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1. 구글 캘린더를 대체하는 캘린더 서비스를 만든다 -> 구글과의 연동성이 중요
2. 우테코의 에브리타임(소셜 서비스)을 만든다 -> 서로의 일정을 공유하는 기능이 중요
이 회의를 기점으로 달록 서비스의 방향성이 2번으로 정해졌다. 정말.. 중요한 회의였고 6명 모두가 이 회의를 진행한 것에 100%, 1000% 만족했다. 이후로는 미로 보드를 확인하면서 스프린트 태스크를 산정했다. 최고의 회의였다.
그것과 별개로..
3차 데모 기간은 나한테 지옥과 같았다. 근로와 테코톡이 겹쳤기 때문이다. 근로는 근로대로 바쁜데 테코톡 준비까지 해야 해서 프로젝트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 팀원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우리 팀원들은 내가 힘들까 봐 걱정해주고 배려해주었다. 갬동 그 자체... 정말 고마웠다.
4차 데모 - 기능 추가 VS 안정적인 서비스, 그리고 QA
레벨 3의 마지막 데모데이를 앞두고 모두가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그러다 데모데이가 5일인가 남았을 때 우리는 빈 일정을 계산해주는 기능(aka 조유리)과 반복 일정 기능을 추가할 것인지, 인프라를 다지고 QA를 진행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일단 배포 전에 기능을 추가해서 사용성을 높일 것인지, 배포 전에 더 단단한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회의 결과 우선 인프라 기반을 더 단단하게 한 뒤에 시간이 남으면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그건 참 잘 한 결정이었다. 나중에 QA를 해보니 수정사항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QA를 미리 주기적으로 했어야하는데.. 특히나 백엔드에서 프론트에 너무 신경을 안 쓴 것 같아서 조금 후회가 됐다. 배포 전에 이것들을 전부 고치느라 마지막 이틀은 프론트가 잠도 별로 못 자고 수정만 했다. 나인, 티거한테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8주간의 팀 프로젝트가 끝났다. 이 타이밍에서 팀플 시작 전 생각한 나의 개인적인 목표를 돌아보자.
편안한 환경에서 즐겁게 개발하기! 잘 지내기! 건강하기!
우선 편안한 환경. 달록은 어떤 의견도 고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팀이었다. 서로 배려하고 무슨 말이든 잘 들어주는 팀원들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다.
또 팀원들끼리 돈독한 만큼 달록 개발은 대부분 즐거웠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건 여러 일로 바빠서였지 팀프로젝트 때문은 아니었다. 한 번은 다른 크루가 요새 어떤 낙으로 사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팀원들 보는 낙에 산다고 대답했다. 출근길에 힘들어서 '오늘 데일리 체크인 점수는 5점이다.' 생각해도, 캠퍼스에 도착해서 팀원들을 보면 점수가 2점은 올랐다.
건강하기도 이정도면 선방한 것 같다. 일단 레벨 2에 비해 술을 덜 먹었기 때문에.. 여기에 추가적으로 새로운 기술들, 협업하는 방법, 기록하는 습관 등 배운 것도 많았다.
구현 못한 기능들도 있고 바빠서 힘들 때도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는 팀플이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지금 8주간의 팀 프로젝트 기간을 생각하면 행복한 기억들이 많이많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팀플 아니었을까?
전만큼 여기 몰두하긴 힘들겠지만 레벨 4에도 달록은 꾸준히 걸어나갈 예정이다. 많관부. 알록! 달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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